공룡 미라의 피부는 진짜 피부일까? 연구가 내놓은 뜻밖의 답

2026. 9. 20. 08:01·자연·환경

공룡 미라의 피부는 진짜 피부일까? 연구가 내놓은 뜻밖의 답

박물관에서 주름까지 살아 있는 공룡 피부 화석을 본 적 있으신가요. 6600만 년 전 살갗이 그대로 남았다는 설명이 붙어 있곤 합니다. 그런데 그 껍질을 열한 가지 방법으로 뜯어본 연구진은 전혀 다른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사진: Skye McDavid, CC BY-SA 4.0, 위키미디어 커먼즈

100년 넘게 '미라'라고 불려온 화석

1908년, 화석 수집가 찰스 스턴버그(Charles H. Sternberg) 가족이 미국 와이오밍주 랜스크리크 일대에서 이상한 화석을 파냈습니다. 뼈만 남는 보통의 공룡 화석과 달리, 쪼그라든 껍질이 뼈를 감싼 채 통째로 붙어 있었어요.

1912년 이 표본을 정리해 발표한 헨리 페어필드 오스본(Henry Fairfield Osborn)은 여기에 공룡 '미라'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겉껍질이 마른 채 남은 몸을 뜻하니 제법 그럴듯한 작명이었죠.

그 뒤로 이 껍질의 정체를 두고 의견이 크게 갈렸습니다. 한쪽에서는 그저 모래에 찍힌 자국이라고 봤고, 다른 한쪽에서는 피부 세포와 혈관, 심지어 단백질 조각까지 남아 있다고 주장했어요.

열한 가지 방법으로 껍질을 겨눈 연구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의 에번 사이타(Evan T. Saitta)와 시카고대학교의 폴 세리노(Paul C. Sereno)를 비롯한 연구진은 이 논쟁을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2026년 9월 14일 학술지 《Acta Palaeontologica Polonica》에 실린 논문입니다.

분석 대상은 새로 발굴된 에드몬토사우루스 안넥텐스(Edmontosaurus annectens) '미라' 두 점이었습니다. 오리처럼 넓적한 주둥이를 가진 대형 초식공룡인데, 잘 보존된 미라는 유독 이 무리에서 많이 나옵니다. 오스본의 표본이 나온 자리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와이오밍 동중부 지층에서 나온, 이제 막 어른이 된 개체 한 마리와 다 자라기 직전의 어린 개체 한 마리입니다.

동원한 방법은 열한 가지였습니다. 껍질을 얇게 저며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병원 CT처럼 속을 촬영하고, 싱크로트론이라 부르는 초강력 X선 장치로 어떤 원소가 어디에 몰려 있는지 지도를 그리고, 분자 조성을 읽는 질량분석까지 돌렸어요. 장비 하나만 믿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같은 지점을 겨눈 겁니다.

껍질에서 나온 것, 그리고 나오지 않은 것

결론부터 말하면, 연구진은 원래 몸을 이루던 물질의 흔적을 사실상 찾지 못했습니다. 피부층도, 세포도, 혈관도, 단백질 조각도 뚜렷하게 잡히지 않았다고 보고했어요.

대신 잡힌 것은 흙이었습니다. 껍질을 이루는 막은 두께가 1mm에 못 미쳤고, 얇은 곳은 0.2mm 남짓 — 머리카락 서너 가닥을 겹쳐 놓은 정도였습니다. 그 막의 주성분은 도자기를 빚는 흙인 고령토의 주재료로 쓰이는 점토 광물이었고요.

물이 마른 강바닥에 진흙이 갈라져 있는 협곡 풍경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사진: Scott Ehardt,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커먼즈

연구진이 재구성한 순서는 이렇습니다. 건기의 가뭄에 말라붙은 강바닥 근처에서 죽은 공룡의 몸이 볕에 그대로 마르며 쪼그라듭니다(그래서 껍질에 주름이 잡힙니다). 우기가 오자 불어난 강물이 모래로 단숨에 덮어버립니다. 물에 잠긴 모래 속에서 미생물이 남은 껍질을 분해하는 동안, 그 표면에 아주 얇은 점토막이 들러붙어 바깥 모양을 그대로 본떴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이 막을 데스마스크라고 표현합니다. 세상을 떠난 이의 얼굴에 석고를 부어 본을 뜨는 그 데스마스크와 원리가 같아요. 남은 것은 얼굴이 아니라 얼굴의 본입니다.

100년 전 관찰이 최신 장비를 앞선 지점

흥미로운 것은, 이 결론이 1912년 오스본이 적어둔 관찰과 거의 겹친다는 점입니다. 오스본은 당시 육안과 단순한 현미경만으로도 아주 얇은 점토질 막이 피부 무늬를 고스란히 본떴다고 봤고, 피부 자체가 남은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 사이 100년 동안 현미경도 분광기도 질량분석기도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는데, 결론은 오히려 원점에서 멀어졌던 셈입니다. 논문 저자들은 그 이유를 장비가 아니라 사용법에서 찾습니다. 성능 좋은 장비 하나의 데이터만 떼어놓고 해석하면 그럴듯하지만 약한 결론이 나오기 쉽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는 열한 가지를 겹쳐 놓고, 전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를 봤습니다.

또 하나. 광물이 무른 조직의 본을 떠서 남기는 이런 보존 방식은 원래 5억 년도 더 된 바다 무척추동물 화석에서 주로 연구돼 온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번이 공룡에서, 그리고 물속이 아닌 육상 환경에서 확인된 첫 사례라고 보고했습니다.

그래도 확정하기엔 이른 이유

가장 큰 한계는 표본 수입니다. 분석한 미라는 두 점뿐이고, 둘 다 같은 종에 같은 지역, 같은 지층에서 나왔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발굴된 다른 미라들이 같은 길을 걸었는지는 이 두 점만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연구진 스스로도 이 점을 적어뒀습니다. 다른 표본은 주변 흙이 더 굳어 있거나, 철 성분이 더 끼어 있거나, 아예 다른 광물로 본이 떠졌을 수 있다고요.

박물관에 전시된 또 다른 에드몬토사우루스 미라 표본의 몸통 부분, 갈비뼈 곁에 마른 껍질이 붙어 있다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사진: Ghedoghedo, CC BY-SA 4.0, 위키미디어 커먼즈

그리고 '없다'를 보이는 일은 원래 까다롭습니다. 유기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는, 정말 없는 경우와 남아 있지만 이번 방법으로는 못 잡은 경우를 완전히 갈라주지 못합니다. 게다가 이 논문은 발표된 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아, 세포와 단백질이 남아 있다고 주장해 온 연구자들 쪽의 응답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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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한 번 더 들여다볼 것

다음에 화석을 볼 기회가 생기면, 설명판의 '보존'이라는 말을 한 번 더 뜯어볼 만합니다. 남은 것이 실물인지, 실물이 있던 자리를 다른 물질이 채운 것인지, 실물이 눌러 만든 자국인지 — 셋은 같은 단어로 묶여 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조금 넓혀 보면, 이번 연구가 보여준 태도 쪽이 더 오래 남습니다. 좋은 장비가 좋은 답을 보장하지는 않고, 서로 다른 방법 여럿이 같은 곳을 가리킬 때 비로소 결론이 단단해진다는 것. 숫자 하나로 판정을 내리고 싶어지는 순간마다 꺼내볼 만합니다.

조금 쓸쓸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6600만 년을 건너온 그 정교한 주름은 공룡의 살갗이 아니라, 살갗이 사라지는 동안 미생물과 진흙이 대신 남긴 기록이었으니까요.

출처
- 논문: Saitta 외, 「Dinosaur "mummification": Clay templating in a fluvial setting preserves three-dimensional integument renderings after carcass desiccation」, Acta Palaeontologica Polonica, 2026. DOI: 10.4202/app.01349.2026

태그: 논문, 고생물학, 공룡, 화석, 에드몬토사우루스, 백악기, 공룡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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